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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된다는 것

방송을 통해 구글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온갖 천재들이 모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청춘들에게 과연 어떤 조언을 해주고 있을까? 글로벌 회사의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조언에 귀 기울여보자. 학창 시절에 '서른 살이 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하고 가끔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서른 살쯤 되면 사회에서 자리도 잡았을 테고, 돈도 잘 벌고, 안정적인 위치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고 있겠지. 그때쯤에는 인생의 의미를 잘 찾았겠지 하고 생각했다. 십 대 시절의 나에게는 서른 살이 정말 어른같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서른 살이 되어보니 자리도 못 잡았고, 여전히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돈도 못 벌고 있는 백수의 삶이 펼쳐졌다. 여전히, 아니 어쩌면 어떤 과에 진학할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고등학생 시절보다 더 많이 혼란스러웠다. 어른스러울 거라고 예상했던 서른 살이 된 나는 여전히 철이 없었다. 서른 살이 된다는 것은 별거 아니었다.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이다. 나 혼자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뭘 하든 나 자신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 작가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글로벌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인생에 고민 따위는 없이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왔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랐다. 그녀 또한 30대를 잘 살아낸, 30대의 마지막 서른아홉 살이 되니 불안해졌다. 무방비했고, 흐릿했고, 안절부절못했다. 스물일곱 살에 영어 한마디 못하는 채로 남편을 따라서 미국에 왔다. 미국에 온 지 10년이 지나서야 회사 일 말고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처음 써봤다. 또 그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데까지 두려움 때문에 10년이 더 걸렸다. 남들에게 부족한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놀랍다. 저렇게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잘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구나 하면서 묘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불안했던 서른아홉 살을 지나고, 50대의 진입을 앞둔 마흔아홉 살의 인생 선배가 서른 살에게 들려주는 조언이다. 서른 살을 맞이할 또는 이미 서른 살을 살아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큰 힘이 된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글로벌 회사의 인생 선배가 서른 살에게 들려주는 조언은 글쓰기 내공이 엄청난 사람이 쓴 글 같았다. 첫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감탄했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 내공과 더불어 글 하나하나에 담긴 삶에 대한 통찰이 엄청나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내용을 주제로 하는 두 번째 장이 특히 인상적이다. 소제목만 읽어보아도 도움이 된다. 계획만 세우고 있다면 고민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 해야 한다. 한 번의 성공보다 백 번의 실패가 차라리 더 낫다. 일단 저지르면 수습할 힘이 생긴다. 기회는 늘 준비 안 된 순간에 찾아온다. 서른 살은 마음먹은 만큼 성공할 수 있는 나이다. 아니면 말고의 정신으로 일단 뭐라도 해봐야 한다고 마음먹게 된다. 우리는 종종 너무 고민만 많이 하고 실행은 못한다. 유학을 갈까 말까? 해외에서 경험을 어떻게 쌓을까? 대학원을 갈까 말까? 모두가 선망하는 글로벌 회사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그녀에게 이런 내용의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생 선배로서 그녀의 대답은 항상 같다. 일단 어디든 지원을 해라. 갈지 말지에 대한 고민은 그다음에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주제넘은, 앞선 고민이다. 그녀 자신이 직접 실천해본 내용을 바탕으로 해주는 조언이라 더욱 깊이가 있다. 무엇이든 일단 저지르고 봤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서 미국 대학원에 지원서를 넣었고, 부족한 영어 점수는 입학 전까지 내겠다고 편지도 보냈다. 직접 학교에 찾아가서 입학담당자를 만나서 읍소도 해봤는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합격 후에는 등록금이 부족했는데 이 때도 아님 말고의 정신을 실천한다. 이미 미국에 와 있고 합격도 했는데 등록금을 낼 돈이 부족하니 장학금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학교에 보냈고, 학비의 30퍼센트를 장학금으로 지원받는 놀라운 결과를 얻는다. 이런 게 통하는구나. '행동하는 자에게는 어떻게든 길이 열리는구나'하는 감탄이 든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독학으로 배운 컴퓨터 그래픽 실력을 바탕으로 덜컥 일반인과 학생 대상의 강의를 하는 강사 자리에 지원한 적도 있다. 일단 저지르면 어떻게든 수습할 방법이 생긴다는 것을 직접 여러 사례들을 통해 경험했다. 저자의 삶의 경험들을 읽어 나가다 보면 '맞아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지 너무 고민만 하고 계획만 세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나는 무엇을 일단 저질러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너무 멋진 조언들이 가득한 책이다. 글로벌 회사의 인생 선배가 성공적인 25년 간의 커리어를 만들어온 과정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잘 엿볼 수 있다. 인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나 자신이 부족하고 실수투성이인 것처럼 여겨질 때마다 곁에 두고 자꾸만 펼쳐 보고 싶은 책이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일단 행동해보자.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