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 리뷰

고양이의 마음

밀키와나 2022. 6. 10. 20:25

고양이 둘, 사람 둘 이렇게 4 식구입니다

나는 고양이가 없다. 그래도 고양이의 마음이 궁금하다. 언젠가는 고양이를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방황하는 길고양이를 볼 때마다 쭈그리고 앉아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말을 건다. "우리 집에 같이 갈래?" 하고. 고양이에게 간택당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키울 환경이 못 되어서 키우지 못하고 있다. 고양이를 질색하면서 싫어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기 때문이고, 그 가족 구성원이 하루 종일 집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두 번째로는 내가 일 때문에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집에 같이 있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만약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다면, 고양이를 싫어하는 가족 구성원과 고양이가 단 둘이 하루 종일 집에 같이 있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그러니 내가 집을 나가서 독립하기 전까지는 고양이를 절대로 키울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를 짝사랑하고 있다. 요즘에는 유튜브와 각종 SNS 채널에 고양이 채널이 많이 있어서 괜찮다. 귀여운 고양이의 영상과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고는 한다. 이렇게 랜선 집사로 남의 집 고양이를 덕질하며 만족하고 있다. 김나무 작가의 가족 구성원은 고양이 둘, 사람 둘 이렇게 4 식구이다. 고양이의 이름은 하기와 청이다. 하기는 작가가 운영하던 식당에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던 동네 고양이였다. 건물에 세를 들어 장사하는 세입자라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건물주 할머니가 하필 고양이를 무서워하셨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운영하던 식당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모든 집기가 사라지고 텅 비어버린 가게 안을 멍하니 보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하기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정들까 봐 애써 외면하면서 작별인사로 쓰다듬어주지도 못하고 돌아왔는데도 끝내 정이 들어버렸다. 생계가 달린 장사를 접게 되어 자신의 앞길도 막막한데 고양이 하기가 밥을 먹을 곳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결국 우리 하기랑 같이 살까? 하고 마이클에게 질문공세를 퍼붓게 되었고, 그렇게 하라고 순순이 응해준 마이클 덕분에 하기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동네 고양이로 3년 동안 살면서 김나무 작가를 지켜보던 청이가 그녀를 집사로 간택했다. 청이는 구내염 때문에 발치 수술을 해서 이빨이 하나도 없다. 청이는 이빨도 없이 밥을 먹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이렇게 뻔뻔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내 마음이 위로받게 된다.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고민하고 걱정하며 살아가는데, 고양이는 이빨이 한 개도 없다는 것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간다.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고양이의 마음이란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쩔 때는 상냥하고 다정하게 굴다가도 또 어쩔 때는 쌀쌀맞게 군다. 강아지와는 참 다르다.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이런 고양이의 마음을 잘 파악하는 눈치도 제법 늘게 된다. 뻔뻔하고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고양이 둘, 사람 둘 이렇게 4 식구로 한 가정을 이루게 된 김나무 작가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당장의 생계 걱정보다 동네 고양이가 밥을 굶게 될까 봐 걱정하며 눈물짓는 작가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면 세상은 참 따뜻한 곳이 될 것 같다.

 

 

김나무 작가와 마이클 부부

고양이의 마음은 3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하기와 청이 두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 이야기와 국제 부부인 김나무 작가와 남편 마이클의 이야기 그리고 요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김나무 작가와 마이클은 너무 예쁜 부부이다. 서로 갖고 싶은 것을 사고, 가고 싶은 곳을 가면서 결혼을 기념하는 소소한 결혼파티로 결혼식을 대신할 정도로 자유롭다. 남의 눈에 보이는 것에는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간다. 서른 살이 되면 이탈리아에 가서 살 건데 그래도 괜찮냐고 묻는 김나무 작가와 그럼 나도 같이 가지라고 흔쾌히 대답하는 마이클. 이 부부의 자유로움과 같이 함께할 수 있다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서로를 믿는 한 팀이라는 사이가 부럽다. 부부라는 관계는 이렇게 한 팀을 이루어 살아가는 거구나. 이런 팀을 이룰 수 있다면 결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는 종종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기로 결정하고 그 결심을 우직하게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다 깨서 퉁퉁 부은 얼굴과 떡진 머리도 귀엽다고 말해주고, 지나가면서 한 번 얘기한 것도 귀담아듣고 기억해 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하고 싶다는 것은 군말 않고 순순이 하게 해주는 사람. 김나무 작가와 마이클이 이런 사람이다. 서로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고 배려받는 입장에서도 작은 배려 하나에도 고마움을 느끼는 사이.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이런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지만 고양이의 마음이 궁금한 내가 이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절로 행복해졌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김나무 작가와 마이클 부부가 하기와 청이와 함께 행복하기를 빌어 본다.